[독서 노트] 특이점이 온다(2) ㅣ진화는 직선이 아니다 ㅣ 수확 가속의 법칙과 뇌의 연산 용량

한 줄 요약
《특이점이 온다》 2·3장은 진화와 기술 발전의 속도가 왜 점점 빨라질 수밖에 없는지를 보여주고, 인간 뇌 수준의 연산이 가까운 미래에 기술로 구현된다면 우리는 무엇을 다시 생각해야 하는지를 묻는다.
정의 / 개념
- 수확 가속의 법칙(Law of Accelerating Returns): 진화 과정이 가속적이라는 현상, 그 산물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현상을 나타내는 개념. 커즈와일이 명명했다.
- 질서(Order): 커즈와일이 복잡성과 구분하여 사용하는 개념. 어떤 체계나 과정의 특징을 나타내는 데 필요한, 의미 있고 무작위적이지 않으며 예측할 수 없는 최소 정보량. 진화가 만들어온 것은 복잡성이 아니라 이 질서다.
- 패러다임 전환(Paradigm Shift): 기술의 S자 곡선 하나가 한계에 부딪힐 때 새로운 기술 패러다임이 등장하는 것. 이 전환 자체가 기하급수적으로 가속된다.
- 가짜 사칭자(False Pretender): 기존 기술을 대체할 것처럼 등장하지만 핵심 속성이 부족해 실제 전환을 이루지 못하는 과도기적 기술. 진짜 전환은 언제나 그 다음에 온다.
- 특이점(Singularity): 인간 지능과 비생물학적 지능이 융합하여 인간 역량이 심오하고 돌이킬 수 없는 변환을 맞는 시점. 커즈와일은 이것이 인간의 종말이 아니라 생물학적 진화의 연장이라고 본다.
핵심 내용
① 커즈와일이 정의하는 ‘질서’의 의미
1킬로그램의 바위 안에는 약 1025개의 원자가 존재한다. 이 원자들의 모든 속성을 기록하면 인간 유전 암호보다 10경 배나 많은 정보량이 나온다. 하지만 이 정보의 대부분은 무작위적이어서 실질적인 의미가 없다. 즉, 바위는 정보는 넘치지만 질서가 없는 상태이다.
진화가 만들어내는 것은 단순한 복잡성이 아니라 ‘질서’이다. 질서란 무작위한 정보가 아닌, 특정한 패턴과 조직화된 의미를 가진 정보를 뜻한다.
커즈와일은 질서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어떤 체계나 과정의 특징을 나타내는 데 필요한, 의미 있고 무작위적이지 않으며 다만 예측할 수 없는 최소 정보량'
- 2장 중에서
진화가 무질서한 정보에서 의미 있는 질서를 만들어내는 과정, 즉, 복잡한 정보량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바로 ‘질서’이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은 흩어진 현상들을 하나의 언어로 묶었다. 복잡성은 줄었고, 질서는 깊어졌다. 커즈와일은 진화가 지향해온 방향이 바로 그와 같다고 말한다.
바위는 그 선의 한쪽 끝에 있다. 인간의 뇌는 중간 어딘가에 있다. 기술은 그 선을 따라 뇌보다 훨씬 먼 곳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② 가속은 또 가속한다 — 수확 가속의 법칙
수확 가속의 법칙이란 진화 과정이 가속적이라는 현상, 그 산물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현상을 나타내기 위해 내가 만든 말이다. - 2장 중에서
이전 단계의 성과가 다음 단계를 만드는 도구가 된다. 덧셈이 아니라 곱셈이다. DNA는 진화의 결과를 디지털화하여 기록하는 수단이 됐다. 기술도 이전 기술 위에서 다음 기술을 만든다.
진화는 닫힌 계가 아니다.
"진화는 거대한 카오스의 한가운데에서 벌어지고 또한 무질서에 의존한다.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여러 선택지들을 무질서로부터 끌어내는 것이다."— 2장 중에서
여기서 잠깐 멈추게 된다. 무질서 없이는 질서도 없다. 혼란이 먼저였고, 그 안에서 의미가 자라났다.
③ 패러다임은 죽지 않는다 — S자 곡선의 폭포
기술의 성장은 직선이 아니라 S자 곡선이다. 느린 출발, 폭발적 성장, 그리고 한계. 하나의 S자 곡선이 끝날 때 새로운 S자 곡선이 시작된다.
LP 레코드가 전성기였던 시절, 카세트테이프가 등장했다. 1960년대에 소개되고 1970년대에 대중화됐다. 작고 반복 녹음이 가능했지만, 임의 접근이 불가능하고 음질이 부족해 LP를 밀어내지 못했다. 진짜 전환은 CD가 왔을 때 일어났다. 임의 접근과 인간 청각의 한계에 가까운 음질. LP는 그 순간부터 빠르게 사라졌다.
연산 기술의 역사도 마찬가지다. 커즈와일이 1967년에 사용하던 IBM 7094는 수백만 달러짜리 컴퓨터였고 처리 속도는 0.25MIPS였다. 2004년의 2천 달러짜리 노트북은 2,000MIPS였다. 37년 동안 처리 속도는 18.5개월마다 한 번씩 배가됐다.
MIP S당 가격 비는 약 8백만 대 1 이다
- 2장 중에서
이제 집적회로는 물리적 한계에 다가가고 있다. 3차원 분자 연산, 나노튜브, DNA 연산, 양자 연산. 여섯 번째 S자 곡선이 준비 중이다.
④ 뇌라는 한계, 그리고 그 너머
커즈와일은 인간 뇌의 연산 용량을 약 1016 cps(초당 1천조 번 연산)로 계산한다. 망막 신경회로부터 소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식을 통해 측정한 결과이다. 그는 “뉴런은 놀라운 발명품이지만, 우리는 뉴런 속도를 반드시 따라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뉴런의 복잡성 대부분은 생명 유지에 쓰이며, 우리는 훨씬 빠르고 견고한 시스템을 설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술이 발전하면 우리의 정신 과정은 더욱 효율적인 기판으로 옮겨질 것이다. 이에 따라 마음은 이제 좁은 뇌라는 그릇에 갇히지 않아도 된다. 1.4킬로그램에 불과한 뇌가 마음의 전부라고 생각해온 고정관념이 변할 것이다.
이처럼 기술 진화와 패러다임 전환은 한계를 넘는 새로운 가능성을 끊임없이 열어간다. 패러다임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음 성공을 위해 자리를 내주는 것이다.
Q&A
Q. 수확 가속의 법칙은 무어의 법칙과 같은 말인가?
A. 무어의 법칙은 집적회로 트랜지스터 수의 증가를 다루는 다섯 번째 패러다임에 해당한다. 수확 가속의 법칙은 그보다 훨씬 넓은 개념으로, 전기기계식 계산기부터 시작되는 연산 기술 전체의 가속, 나아가 생물학적 진화 전체를 포괄한다. 무어의 법칙이 끝나도 수확 가속의 법칙은 끝나지 않는다. 하나의 패러다임이 한계에 부딪히면 다음 패러다임이 그 자리를 이어받기 때문이다.
Q. 진화가 가속된다면 열역학 제2법칙(엔트로피 증가)과 모순 아닌가?
A. 커즈와일은 이것이 모순이 아니라고 말한다. 열역학 제2법칙은 닫힌 계에서 적용된다. 진화는 열린 계 안에서 작동하며, 주변의 무질서를 재료 삼아 오히려 질서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시킨다. 거대 소행성 충돌처럼 일시적으로 무질서를 크게 늘린 사건조차 결국에는 생물학적 진화가 만들어내는 질서를 더 깊게 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Q. 인간 뇌 수준의 연산을 기술이 구현하면 무엇이 달라지는가?
A. 커즈와일은 뇌 기능을 기능적으로 모방하는 것만으로도 패턴 인식, 지능, 감정 지능 같은 인간의 능력을 재창조할 수 있다고 본다. 더 나아가 그 능력을 생물학적 뇌보다 수백만 배 빠른 속도로 구현할 수 있게 된다. 달라지는 것은 속도만이 아니다. 마음이 담기는 그릇 자체가 바뀐다.
Q. 특이점은 인간의 종말인가?
A. 커즈와일은 그렇게 보지 않는다.
인간은 생물학을 초월하는 것이지, 인간성을 초월하는 게 아니다
- 3장 중에서
미생물에서 유인원으로, 유인원에서 뇌로 이어진 흐름이 뇌에서 멈출 이유가 없다. 기술은 생물학적 진화의 배신이 아니라 그 연장이다.
체크리스트
🔲 진화가 '빠르다'가 아니라 '가속된다'는 차이를 이해했다
🔲 복잡성과 질서의 차이를 내 언어로 설명할 수 있다
🔲 가짜 사칭자 사례를 주변에서 하나 떠올릴 수 있다
🔲 인간 뇌의 연산 용량이 어떻게 추정되는지 흐름을 따라갔다
🔲 특이점을 인간의 종말이 아닌 진화의 연장으로 읽을 수 있다
🔲 "그릇이 바뀌어도 나는 나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봤다
마무리 성찰
스마트폰을 처음 손에 쥐었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 십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그 거리는 훨씬 짧게 느껴진다. 이 책을 읽고 나서야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진화는 언제나 이렇게 작동해 왔다고 커즈와일은 말한다.
뇌라는 1.4킬로그램의 그릇 안에 담긴 것. 그것이 마음의 전부라고 생각해 왔는데, 커즈와일은 그 그릇이 바뀔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릇이 바뀌어도 나는 나인가?
그 질문이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직 책을 다 읽지 못한 때문일까?